NTT·SK텔레콤·SK하이닉스가 손잡았다 — 도쿄에서 발표된 '아이온 AI펀드'의 정체
오늘(6월 10일) 도쿄의 NTT 본사에서 꽤 의미 있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한국의 SK텔레콤, 일본의 NTT, 그리고 대만의 중화전신(中華電信)이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IOWN(아이온) AI펀드'**를 설립한다고 밝힌 것인데요. 한국·일본·대만, 동아시아 3국의 대표 통신사가 한 테이블에 앉아 AI 투자 펀드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그림입니다.
일본 현지에서는 요미우리신문이 당일 NTT 시마다 아키라 사장의 기자회견을 비중 있게 보도했고, 중앙일보 일본어판도 야후재팬 뉴스를 통해 상세 내용을 전했습니다. 오늘은 일본 현지 보도를 바탕으로 이 펀드가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펀드 개요 — 규모 5억 달러, 운영은 실리콘밸리와 도쿄에서
발표된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펀드 규모는 약 5억 달러(약 800억 엔) 수준이 될 전망입니다. 3사는 펀드 운영을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와 동아시아(도쿄)에 거점을 둔 운영사 '카탈라이트 캐피탈'을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조만간 1차 출자사 모집을 마감하고 펀드를 정식 출범시킨다는 계획입니다.
투자 대상은 생각보다 폭이 넓습니다. 전력 효율 최적화와 액체냉각 같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AI 가속기·GPU·NPU 등 AI 반도체, 의료·제조·금융 등 산업별 AI 응용 서비스, 추론 최적화 소프트웨어, 그리고 광통신 분야까지. 북미를 비롯해 아시아, 유럽의 스타트업이 투자 대상입니다.
왜 'IOWN'이라는 이름이 붙었나
펀드 이름에 들어간 IOWN(아이온)은 NTT가 추진해 온 광(光)기술 기반의 차세대 통신 인프라 구상입니다.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꾸는 '광전융합' 기술로 데이터 처리의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일본이 'AI 시대의 일본발 인프라'로 밀고 있는 프로젝트죠.
다만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IOWN은 실용화 단계에서 고전해 온 것이 사실이고, NTT는 이번 펀드를 그 돌파구로 삼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시마다 사장은 회견에서 "새로운 사업 창출을 추진해 차세대 AI 인프라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즉 이 펀드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일본의 광통신 기술 + 한국의 반도체 + 대만의 ICT를 묶어 미국 빅테크 중심의 AI 생태계에 대응하는 동아시아 연합의 성격이 짙습니다.
SK텔레콤 측도 "AI 분야에서 국가·기업 단위의 합종연횡 흐름이 뚜렷하다"며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가 보유한 AI·ICT·반도체·네트워크 역량을 글로벌 혁신 생태계와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출자 관심 기업 면면이 화려하다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출자 후보군입니다. NTT에 따르면 소니, 도시바 등 약 20개사가 출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요미우리는 미쓰비시UFJ를 포함한 일본 3대 메가뱅크와 KDDI, 그리고 삼성전자까지 관심 기업으로 거론했습니다. 소프트뱅크그룹 산하의 ARM, 미국 브로드컴 등 해외 반도체 대기업도 연계에 전향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 투자자들이 주목할 부분 — SK하이닉스도 펀드 참여를 준비 중입니다. HBM으로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를 보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일본·대만과의 기술 동맹 구도에 직접 들어간다는 의미입니다.
타이밍이 절묘하다 — 최태원 회장의 '한일 동맹' 발언 직후
이번 발표는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닙니다. 바로 전날(9일) 도쿄에서 열린 닛케이포럼에서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한국과 일본이 AI·반도체로 손을 잡으면 어느 나라도 우리에게 손대지 못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한일 경제연계를 강하게 띄웠습니다. 그 다음 날 SKT·NTT의 펀드 발표가 나왔으니, SK그룹 차원에서 한일 AI 협력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겠습니다.
마침 같은 날 한국에서는 반도체 호황으로 사상 최대 세수를 기록했다는 소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광주 첨단 패키징 공장 검토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반도체를 축으로 한 동아시아 산업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국 독자 관점의 체크포인트
투자 관점에서 보면 세 가지 정도를 짚어볼 수 있습니다.
첫째, SK하이닉스·SK텔레콤의 글로벌 AI 생태계 내 포지션 강화입니다. 펀드가 투자할 AI 데이터센터 인프라·광통신 분야는 SK가 추진해 온 AI 데이터센터 사업과 직결됩니다. 둘째, 광전융합·액체냉각 같은 차세대 인프라 기술이 펀드의 핵심 투자처로 명시된 만큼, 관련 밸류체인의 한국 기업들에도 낙수 효과가 있을지 지켜볼 만합니다. 셋째,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일·대만이 '제3의 축'을 시도한다는 지정학적 의미입니다. 다만 IOWN 자체가 아직 실용화에 어려움을 겪어 온 기술이라는 점은 일본 언론 스스로 지적하는 리스크이니, 장밋빛 전망만으로 보기는 이릅니다.
5억 달러는 글로벌 AI 투자 규모에 비하면 크지 않은 출발입니다. 하지만 통신 3사가 깃발을 꽂고 삼성전자·소니·메가뱅크급이 뒤를 살피는 구도라면, 후속 증액과 2차 펀드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봐야겠지요. 1차 출자사 모집 결과가 나오는 시점에 다시 한번 다뤄보겠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일본어판 (Yahoo!ニュース, 6/10): 韓国SKT、日本と台湾の企業とAIファンド設立へ
- 요미우리신문 온라인 (Yahoo!ニュース, 6/10): 「アイオンAIファンド」設立、NTTが発表
※ 본문 수치(펀드 규모, 출자 관심 기업 수 등)는 양사 발표 및 일본 언론 보도 기준이며, 펀드 최종 규모·참여사는 정식 출범 시 달라질 수 있습니다(추정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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